고려대, 논술 가이드라인 깼다

수학 증명문제 출제 … 학생들 “3시간 내 못 풀어”

교사들 “과학고 수준” 대학 측선 “창의력 평가”

“기출 문제를 풀어봤지만 전혀 다른 문제가 나왔다. 너무 당황했다.”

“완전히 다른 유형이다. 과학고 학생이나 풀 만한 문제 아닌가.”

“(논술 가이드라인 없었던) 3년 전으로 돌아갔다. 학원에서도 최근엔 가르친 적이 없는 유형이다.”(유명 입시학원 정모 수학 강사)

10일 치른 고려대 자연계 논술의 적분과 벡터를 이용한 수학적 증명 요구 문제에 대한 수험생·교사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논술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깨졌다”는 것이었다. 같은 날 시험을 본 연세대 자연계 논술도 함수와 미적분을 활용한 수학 실력을 묻는 새로운 유형이 출제됐다. 경희대와 숙명여대, 한양대도 정시 논술을 치렀지만 지난해와 유형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참고서에도 없는 문제 등장=고려대 자연계 논술의 5개 문항 중 수리문제인 4번(사진)과 5번 문항이 주목을 받았다. 고려대 자연계 시험을 치른 서모(19)군은 “세 시간 내내 진땀을 흘렸지만 못 풀었다. 시간이 더 있어도 어차피 못 풀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광주 풍암고 양 교사는 “교과서에도 없고 참고서에도 나오지 않는 유형이어서 일선 고교에서 수업 시간에 다루기 힘든 내용”이라고 말했다. 윤석철 동북고 교사는 “논술 가이드라인에 구애 받지 않은 새로운 논술 유형”이라고 평가했다.

　박규환 고려대 자연계 문제 출제 팀장(물리학과)은 “수학 개념의 형상화도 평가 기준”이라며 “논술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논리적 사고 방식과 창의적 능력을 보고자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