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이하 통합논술)은 당초 예상과 달리 동일계열 내 교과영역간 통합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1개 대학에 불과했던 자연계열 논술고사 실시대학이 2008학년도에 무려 41개로 늘어난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자연계열 논술고사가 대학입시의 변별력을 보정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자연계열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수리적, 과학적 사고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통합논술 모의고사 출제경향 분석 마지막 순서로 과학논술의 출제유형과 대비방법을 짚어본다.

 

자연계열 과학논술 출제경향

2007학년도 입시까지, 정시가 수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형이라면, 수시는 논술과 구술심층면접 등의 대학별고사 중심의 전형이었다. 또한 대학별고사의 경우에도 논술은 인문(사회)계열에서, 구술심층면접은 자연계열에서 주로 활용하는 전형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8학년도부터 자연계열 정시전형에서 대학별고사를 추가한 대학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와 같은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즉, 논술과 구술면접 등의 대학별고사가 수시모집뿐만 아니라 정시모집에서도 수능 못지 않은 중요한 전형방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계열 논술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자연계열 논술에 대비하려면 보다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자연계열 대학별고사의 주요 전형방식이었던 구술면접고사 기출문제를 살펴보는 것이다.

과학논술, 자료 활용 정도·추론의 타당성·표현방식에 따라 다양한 답안 가능

자연계열 구술심층면접, 과학논술, 수능의 과학탐구는 모두 ‘과학’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과학적 개념·원리·법칙과 그 상호연관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 또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구술심층면접과 과학논술에는 수능에는 없는 답안의 유연성이 존재한다. 수능에서는 출제자가 의도한 답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택지 상의 정답을 제외한 여타의 대답들은 모두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수능은 다분히 경직된 시험이다.

이에 반해 구술심층면접과 과학논술에서는 이른바 ‘열린 답안’이 가능하다. 물론 구술심층면접의 경우에도 답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정답을 도출해 내는 것만이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오히려 결론보다 결론이 나오게 된 이유와 과정이 더 비중 있게 평가된다. 따라서 설령 결론이 그르다 하더라도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출제의도에 부합한다면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과학논술은 구술심층면접보다 답안의 열린 정도가 더 심한 편이다. 이는 단순히 정답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과학논술에서는 제시된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어떠한 추론으로 논증의 타당성이 보장되는지에 따라,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하는지에 따라 무수히 다양한 층위의 답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출제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론을 나름대로의 근거로 논증할 수 있다면 최선의 답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지식보다 심도 있는 추론 능력이 관건

구술심층면접 기출문제들을 통해서 ‘열린 답안’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했다면, 그 다음은 구술심층면접과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으로 과학논술의 특징을 보다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구술심층면접과 과학논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선 교과영역의 출제범위에서 찾을 수 있다. 구술심층면접의 경우에는 출제범위가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예를 들어, 2008학년도 서울대 전형계획안에 따르면 ‘특기자전형’의 경우, 공과대를 지원하는 수험생은 수학을 필수로 하고 물리, 화학, 생물 중 선택된 한 과목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은 구술심층면접을 위한 출제 범위가 뚜렷하게 과학과목 중의 하나로 제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학논술의 경우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동일한 전형계획안에는 자연계열 정시 논술고사의 출제 범위에 대해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기초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제시문’ 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둘 이상의 과학 교과들이 통합된 성격의 문항들이 출제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차이는 구술심층면접의 질문 내용과 과학논술의 논제 내용의 질적인 차이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구술심층면접에서 출제되는 질문은 교과지식에 관한 것이므로 최대한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답변인지가 1차적인 평가기준이 된다. 반면에 과학논술에서는 제시된 자료들 속에 담긴 과학적 개념·원리·법칙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과학논술의 논제는 화학과 생물의 통합, 또는 물리와 지구과학의 통합처럼 과학교과간 통합의 형태가 주를 이룬다. 자연현상들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요소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생긴 결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각 교과적 지식의 유무보다는 각 교과지식들 간의 연관성을 토대로 종합적인 결론을 추론해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출제의 방식과 답안의 형태에서도 구술심층면접과 과학논술은 많이 다르다. 구술심층면접은 구두로 답변을 해야 하는 시험이고, 논술은 서면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시험이다. 구술면접에서는 20~30분 가량의 준비 시간과 10~15분 정도의 비교적 짧은 면접 시간이 주어지는 데 비해 논술의 시험시간은 2~5시간으로 상당히 긴 편이다. 특히 구술심층면접에서는 면접관이 마치 대화를 하듯 비교적 의도가 분명한 질문을 던지는 데에 반해, 논술에서는 논제의 파악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모든 과정이 전적으로 수험생의 능력에 달려 있다. 긴 시간 동안 답안을 작성해 내는 끈기 있는 서술 능력이 필요하다.

자연계열 과학논술 접근방법

서울대는 ‘논술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중등교사 연수자료집’에서 자연계열 논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자연계열 과학논술을 대비하는 몇 가지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자연계 논술고사는 자연과학과 그 응용분야를 수학하는 데 필요한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즉, 반복학습을 통해 습득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 생각한 바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능력, 기본적인 개념·원리·법칙과 그 상호 관련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 분석과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 할 수 있겠다.

① 과학적 원리는 가장 좋은 논거

어떤 교과영역이든 마찬가지지만, 모든 시험은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 원리로부터 출발해 전체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수능은 객관식이라는 특징 때문에 선택지상에 주어진 결론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선에서 원리의 활용이 끝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활용도 수험생의 사고과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표현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술면접과 논술은 다르다. 구술면접과 논술에서는 선택 가능한 결론이 주어지지 않는다. 수험생 스스로 결론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련의 논증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원리의 활용이 논거가 되어 주는 것이다.

② 원리의 도출과정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

일반적으로 원리는 공식 혹은 명제로 표현된다. 수치적인 계산이 필요하거나 또는 비교를 통하여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답이라면 공식 혹은 명제에 대한 암기로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심층적인 추론 혹은 다각적인 판단을 요하는 경우는 단순 암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힘과 에너지는 분명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개념이다. 힘이 질량에 가속도를 곱하여 이루어진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통해 힘과 에너지의 연관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물은 비열이 크고, 녹는점과 끓는점이 높으며 강한 표면장력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의 특성은 물 분자가 수소결합을 이룬다는 사실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귀결이다. 수소결합이라는 물 분자 생성의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물의 특성들에 대한 암기는 단순지식의 평면적인 나열에 불과할 것이다.

③ 효과적인 텍스트 독해와 자료 활용

많은 수험생들이 과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할 때, 참고서와 문제집을 중심수단으로 활용을 한다. 수능은 이 방식으로도 부족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구술면접과 논술은 다르다. 논술이 텍스트에 기초한 제시문을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구술면접에서도 과거와 달리 제시문 혹은 기초 데이터가 주어지는 추세이다. 따라서 텍스트와 데이터에 친해져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과서에 대한 독해이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반추하면서 그 이해를 기초로 교과서를 읽을 때 독해력이 향상된다. 교과서가 여의치 않다면, 참고서일지라도 텍스트의 양이 많은 것을 활용하기를 권한다.

④ 다양한 표현방법 익히는 것이 답안의 완성도를 높인다

수능은 표시를 해야 하는 시험이다. 그러나 구술면접과 논술은 표현을 해야 하는 시험이다. 물론 단순히 결론만을 서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론뿐 아니라 결론이 나오게 된 과정도 효과적으로 서술해야 하고, 부분적인 과정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과학에 있어서 논리적이란 의미는 표현에 활용된 각각의 과정 즉 논거가 주어진 자료와 기본적인 과학원리에 부합하는 것을 뜻한다.

수능을 학습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표현을 제대로 연습할 수가 없다. 여기에는 별도의 연습이 필요한데,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풀이과정을 정서된 글로 작성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논술은 글로 서술하는 것이지만, 과학논술에서도 반드시 뛰어난 문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과학의 표현방식은 언어의 그것보다 다양하다.

즉 문자와 수식, 도표 등을 함께 활용하여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표현을 하는 훈련은 매우 어렵다. 긴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꾸준한 연습으로 불가능한 것은 없다. 지금부터라도 규칙적으로 조금씩 연습한다면 실제로 논술고사를 치를 때쯤이면 상당한 과학적 표현력을 갖춘 자신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