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사와 유사한 평가 서서히 도입”

서울대 장기발전위원회 장호완(張浩完·지구환경과학부·사진) 위원장이 밝힌 ‘장기발전계획’의 내용은 서울대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추구해 나갈지를 보여준다.

2025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화 수준을 높이고 대학사회 내에 경쟁을 본격 도입한다는 청사진이 만들어진 것이다. 장 위원장은 “일본 대학들을 따라잡기 위해 서울대가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장 위원장은 보통 대학본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교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지만, 작년 12월 이장무(李長茂) 총장의 부탁을 받아들여 발전계획수립에 뛰어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좋은 학생을 뽑을 방안은.

“입시 규제는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평범한 다수를 먹여 살리는 뛰어난 소수를 배출하는 체제를 갖추려면 대학이 선발에 자율권을 가져야 한다. 현 제도에 충격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본고사와 유사한 평가방법을 서서히 도입해야 한다.”

―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예상된다.

“보완책이 있다. 먼저 계층적인 다양성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전형이 필요하다. 교육기회를 고루 주기 위해 미국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다. 전 지역에 대해 인원을 할당해 골고루 뽑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평범한 다수 먹여살릴 뛰어난 소수 배출해야”

― 교육 수준도 높여야 하지 않나.

“피부색이 다른 훌륭한 외국교수를 유치하겠다. 당장 내년부터 단과대학 별로 외국인 교수 채용을 강력히 권고하고, 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채용 규정도 바꾸고 있다. 연배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봉급을 받는 체제도 바꿀 예정이다. 서울대 교수가 ‘철밥통’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하겠다.”

― 교수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은.

“정량화해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교과목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교육위원회를 만들고, 동료평가 제도도 만들 것이다.”

― 법인화에 대한 의견은.

“두 가지만 충족되면 법인화를 수용할 수 있다. 먼저 대학 운영을 관장하는 이사회에 정권의 변두리 인사들의 진입을 막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우리 안(案)은 25%는 정부가, 25%는 대학이 이사를 선임하고, 나머지 50%는 대학이 추천하는 인사를 교육부가 승인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외부인사뿐 아니라 외국대학 총장 2~3명을 반드시 추천하려고 한다. 그 다음은 재정지원인데, 도쿄대 수준으로 연차적으로 지원규모를 늘릴 것을 약속해 달라는 것이다.”

―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많이 냈는데….

“2003년 3월부터 만 4년째 교수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참 어려운 세월이었다. 교협 회장이 되자마자 ‘서울대 폐교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논술을 강화하는 서울대 입시안을 놓고 고위층이 ‘나쁜 소식’으로 분류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모 여당 국회의원은 ‘어떤 법이라도 제정해서 서울대를 제어하겠다’고 했다. 이런 탈(脫) 헌법적인 사고는 권력에 도취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 장호완 서울大 장기발전위원장 인터뷰